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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때 마음이 아팠던 아이들이 대학 간다고 갑자기 낫는 게 아니에요. 그때부터 갖고 있던 문제를 그대로 안고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건강 정책을 '사후 개입'이 아니라 '예방'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동훈 성균관대학교 교수(한국상담심리학회장·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장)
이동훈 성균관대학교 교수(한국상담심리학회장·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장)는 8일 대학생 마음건강 정책의 예방 중심 전환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2022년부터 전국 240여개 대학 학생상담기관을 대표해 대학생 마음건강 지원체계 개선과 제도 기반 마련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전상협)에서는 전국 대학 학생상담기관 실태조사를 총괄해 국가 통계가 부재한 대학생 자살·자해·우울 실태를 산출하는 사실상 유일한 전국 단위 자료를 만든다. 올해는 교육부·국무조정실과 공동으로 검토하고 시행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연구하면서 위기에 놓였던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관찰하며 대학생 마음건강 문제에 깊이 관여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대학 현장에서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니, 대학생 마음건강 문제는 초·중·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가 대학까지 이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 위기는 계속 이어지는데, 이를 다루는 정책은 학교급과 연령에 따라 끊기는 현실에 이 교수는 주목했다.
이 교수는 현재 대학생 마음건강 안전망의 가장 큰 빈틈을 '분절'이라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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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초·중·고와 대학, 대학을 졸업한 뒤 고립·은둔 상태에 놓인 청년의 문제는 모두 연결돼 있다"며 "교육부는 초·중·고만 보고, 대학은 대학만 보고, 보건복지부 등 다른 부처는 고립·은둔 청년만 보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을 거쳐 졸업 이후 청년기까지 전체 연령을 하나의 선상에 놓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학생 마음건강 문제가 대학 상담센터의 업무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학생의 정신건강을 개인의 문제나 상담이 필요한 일부 학생의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대학 공동체와 국가가 함께 대응해야 할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학마다 상담인력과 예산, 위기 대응 역량에 격차가 큰 만큼 개별 대학의 역량에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응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처럼 문제가 심각해진 학생을 찾아 치료하는 '사후 개입'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너무 사후 개입에 초.이 맞춰져 있고, 의료적 모델에 집중돼 있다"며 "고위험군에는 의료적 개입이 필요하지만, 그 단계에 이르기 전 초·중·고와 대학, 지역사회에서 얼마든지 예방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학교와 대학, 지역사회가 학생 위기가 심각해지기 전 작동할 프로그램과 지원체계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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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대학생 마음건강에 대한 국가와 대학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법적 근거다. 이 교수는 "국가와 대학이 대학생 마음건강에 책임을 갖고 실태를 조사하고 파악하며, 이를 대학의 문제로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토대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학의 장은 학생 마음건강 증진을 위해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데에 이어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7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했다. 대학이 연도별 마음건강 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전문인력 배치와 전문·의료기관 연계, 치료가 필요한 학생에 대한 수업 등 학사 지원, 교육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 근거 등을 담았다.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시급한 과제는 대학생 마음건강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에도 대학생 마음건강을 보여주는 국가 차원의 자료가 부족하고, 대학별 조사만으로는 전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지적해왔다. 특히 대학의 유형과 규모·지역에 따라 상담 여건과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이를 구분해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대학생 정신건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1번"이라며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 지방대학과 작은 전문대학 등의 상황까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에 처한 학생을 뒤늦게 찾아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위기가 심각해지기 전에 예방하고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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