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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니 코키의 신작 연극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매카시즘 광풍을 겪던 예술가들을 그렸다. ©PARCO
‘일본의 희극 거장’ 미타니 코키(三谷幸喜)는 연극,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작품마다 대중과 평단을 사로잡는 이야기꾼이다. 국내에서도 그가 쓰고 연출한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와 연극 ‘웃음의 대학’ 등이 소개돼 큰 인기를 끌었다.
그의 신작 연극 ‘아메리칸 드림’이 오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내한공연을 펼친다. 앞서 그의 연극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뮤지컬 ‘오케피’가 라이선스로 국내 무대에 올랐지만, 오리지널 프로덕션 그대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작품의 배경은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초반 미국 할리우드. 당시 미국은 매카시즘 광풍에 휩쓸려 ‘빨갱이 사냥’이 극성을 부렸다. 수많은 영화인이 미국 의회 반미활동조사위원회 청문회에 소환돼 심문을 받았고,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히면 일터에서 완전히 퇴출당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쓰고 연출한 미타니 코키 ©PARCO
‘아메리칸 드림’은 닫힌 공간에서 인물 간의 팽팽한 티키타카를 쌓아 올리는 미타니 전매특허의 밀실 소동극을 밑바탕에 두면서도, 이를 한 차원 높은 사회적 알레고리와 비극적 서사로 끌어올린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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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말기 검열관과 극작가의 대립을 유쾌하게 비튼 ‘웃음의 대학’, 나치 선전기구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예술가들의 고뇌를 파고든 ‘국민의 영화’에 이어 마침내 완성된 국가 권력과 예술 3부작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화제작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일 일본 전국 투어가 한창이던 오사카 모리노미야 필로티홀(1030석)을 찾아 무대를 직접 마주했다.
공연은 소환 명령을 받은 영화계 인사 4인과 이들을 옥죄는 조사위원 2인이 호텔 방에서 펼치는 밀실 대화극이다. “당신은 현재, 혹은 과거에 코뮤니스트(공산주의자)였습니까?”라는 잔인한 질문 앞에 선 4인은 고유한 이름 대신 ‘영화감독’(아사노 가즈유키), ‘여배우’(세키야 하루코), ‘각본가’(고히나타 후미요), ‘마이스터’(야마자키 하지메)라는 직함으로만 불린다.
실제 역사 속에서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심문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미타니는 매카시즘 광풍을 온몸으로 통과했던 시대의 군상을 집약하기 위해 과감한 연극적 허구를 택했다. 고유명사를 지워 보편성을 부여하면서도 각각의 인물은 역사 속 실존 인물을 뚜렷하게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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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을 고발해 살아남았으나 배신자 낙인이 찍힌 명감독 엘리아 카잔, 카잔의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았으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여배우 킴 헌터, 끝내 증언을 거부해 투옥되면서도 가명으로 걸작을 써낸 각본가 돌턴 트럼보, 노회한 화법으로 심문위원들을 농락한 뒤 동독으로 떠난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그 주인공이다.
미타니 코키의 신작 연극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매카시즘 광풍을 겪던 예술가들을 그렸다. ©PARCO
실제 영화사와 연극사의 굵직한 이면을 아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의 묘미는 배가된다. 대사 곳곳에 고전 할리우드 제작 비화, 스타 시스템과 연기론을 향한 섬세한 풍자가 가득하다. 관록의 배우들은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예술가들의 민낯을 능청스럽게 살려낸다. 여기에 관료주의의 전형처럼 숨통을 조여오는 나이 든 조사위원(아사노 마사히로)과, 배우 지망생 출신으로 자신이 동경했던 예술가들을 검증해야 하는 젊은 조사위원(나카가와 다이시)의 팽팽한 대비가 극에 입체적인 긴장감을 더한다.
무대 미장센과 연출 메커니즘도 인상적이다. 실제 무대와 영상을 정교하게 교차하고 중첩하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감각적으로 허문다. 제한된 밀실 공간을 다층적으로 활용해 관객의 시선을 쥐락펴락하는 무대 운용은 한 편의 서스펜스 영화를 마주한 듯 몰입을 극대화한다.
개막 전 “희극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던 미타니는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늘 웃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보고 싶었지만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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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부로 갈수록 웃음으로 가득하다”며 유쾌하게 털어놓았다. 그의 말대로 작품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도 위기의 순간 튀어나오는 치졸한 변명과 사소한 자존심 싸움, 피 마르는 취조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민낯을 특유의 유머로 포착해 내며 자연스러운 웃음을 터뜨린다.
미타니 코키의 신작 연극 ‘아메리칸 드림’에 출연하는 배우들. 고히나타 후미요(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사노 가즈유키, 야마자키 하지메, 나카가와 다이시, 세키야 하루코, 아사노 마사히로. ©PARCO
공연 직후 만난 출연 배우들은 한국 투어를 향한 각별한 기대를 드러냈다. 극 중 유일한 여성 출연자이자 킴 헌터를 모델로 한 ‘여배우’ 역의 세키야 하루코는 “서울 공연 이후 한국의 연극 및 영화 관계자들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꼭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가 권력과 검열, 블랙리스트라는 서슬 퍼런 아픔을 통과해 온 한국 예술가들은 과연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인물들이 내린 잔인한 선택과 고뇌에 어떻게 공감했을지 나누고 싶다는 고백이었다.
사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상흔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현재진행형인 한국 사회에 매카시즘 광풍은 결코 먼 옛이야기가 아니다. 웃음 뒤편에 서늘한 생존의 딜레마와 인간의 존엄을 벼려낸 미타니의 내공을 직접 확인할 기회다.
미타니 코키의 신작 연극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매카시즘 광풍을 겪던 예술가들을 그렸다. ©PARCO
미타니 코키(三谷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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